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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sanB

애니메이션 <멍(Woof)>의 영상음악 작곡 작업기






   모든 작품이 귀하지만, 작업과정이 즐거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작품들이 있다. <멍(Woof)>이 내게 그런 작품이다.

처음 문의를 주셨을 때부터 로그라인, 장르, 런닝타임이 정리되어있었고 시놉시스, 스토리보드, 컨셉아트, 릴, 초반 요청하실 사항에 관한 컨셉 요청, 컬러스크립트 등 꼼꼼히 사전 준비자료를 첨부해주셨다. 이 정도면 굉장히 꼼꼼히 준비해주신 편이고 이렇게 잘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작품파악을 쉽게 하고 견적을 빨리 내드릴 수 있기때문에 답장을 속히 드릴 수 있고, 바로 작업에 투입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문의를 주실 때 대체적으로 큰 줄거리만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처음에는 스케치 정도로만 릴이 오다보니 지금 이 컷이 어떤 장면인지 어떤걸 표현하는 씬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전체적인 흐름을 잘못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장면별로 줄거리, 표현하고 싶은 내용, 어떤 메세지를 주고싶은지 등을 말씀주시면 음악팀과 영상팀(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간의 생각차이를 줄일 수 있고 원하시는 느낌의 음악에 더 가깝게 작업할 수 있다. 음악은 프레임 단위로 작업하기 때문에 컷씬 자료만 추가적으로 부탁드리게 되었고(대부분 스토리보드에도 적혀있지만 컷씬만 따로 모아져있으면 편하다), <멍(Woof)>을 작업하신 유모러스 팀원분들께서 이런 사전자료를 잘 준비해주신 덕분에 수월하게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작품 줄거리

상 정신없이 신나 있는 개. 편안한 집과 다정한 주인은 개에게 세상의 전부이다. 평화롭게 살던 어느 날, 실수로 선반 위의 화분을 떨어트려 주인을 죽이고 마는데...

주인이 잠들어버렸다고 생각한 개는 다시 일어날 주인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기로 한다.




  위는 유모러스팀의 기획설명 자료와 작품에 소개되어있는 줄거리이다. 개인적으로 작업하면서 너무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이 이 줄거리 부분이다. 영상은 아무래도 보는 사람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보통 시청자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생각과 상상으로 유추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만들기 마련이다. 또는 여러 사람이 의논하며 다른 생각을 토론하기도 한다. 그것이 영상매체의 매력 중 하나인데 나는 이 작품을 보며 곡을 당장 써야하는 상황이라 장면별 내용, 표현해야하는 분위기, 개의 시점인지 주인의 시점인지 등 보통사람들이 유추 할만한 답을 감독님께 여쭤보며 마치 답안지를 받아보는 기분으로 설명을 들었었다. 아래는 내가 감독님께 드렸던 질문 내용 중 일부이다.



Q. ~장면에서 일어난 할아버지가 죽었다 살아나는 것인가요, 일어난 것 조차 개의 망상인가요?


Q. ~장면에서 강아지 시점의 감정을 말해야 할까요, 보는 사람의 시점(죽은사람이 살아남으로 인한 기괴함? 미스테리함?)이 느껴져야 할까요?


Q. 물 속에 빠진 강아지 표정 장면에서 당황스러움, 공포, 허망함 등 어떤 감정이 들어야 할까요?




  대략 이런 내용의 질문을 드렸는데 답을 받고는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내가 영상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보다 더 깊은 내용을 설명해주셨다. 시청자에게 해석을 맡기는 부분도 촘촘하게 준비되어진 내용으로 설명해주셨고, 혹여나 시청자가 내용이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의도된 느낌을 연출 하려 하신 부분도 있었다. 너무 멋진 해설들이 있었기에 감독님이 그 부분들을 글로 풀었으면 더 좋았겠다 생각이 들면서도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는 이런 부분이 예술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마치 특권 처럼 서술형 답안지를 받아본 기분이라 이런 부분이 너무 재미있었고, 방대하고 촘촘한 내용을 영상으로 표현해내기가 정말 쉽지 않지만 결국에는 해나가는 그 과정을 음악으로써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겁게 작업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자세한 줄거리 내용은 영상을 보며 확인 부탁드린다.



 

장면별 음악 해설





#1. 강아지가 공을 갖고 노는 장면 (00:01:38 - 00:02:05)




  이 장면은 강아지가 공을 갖고 놀다가 사고가 일어나는 장면이다. 음악 레퍼런스 느낌으로 릴에 클래식 왈츠를 붙여주셨는데 나는 그림의 색채나 장면의 분위기가 재즈가 더 어울린다 생각하여 재즈피아노로 작곡을 하였다. 강아지의 테마 모티브는 강아지가 장난스럽게 노는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왈츠 리듬과 어프로치 노트(Approach note)를 사용하여 보다 더 재즈느낌이 나도록 연출하였고 트릴과 3연음을 섞어가며 강아지 꼬리가 살랑살랑 거리는 느낌을 표현하였다. 강아지가 공을 줍다가 서랍 바닥에 낀 장면에서는 상행하는 선율로 긴장감을 주었고 점차 랙타임(Rag Time) 기법으로 바꿔가며 불안감을 조성하였다. 화분이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상행하는 불협화음의 선율로 어떠한 사건이 벌어짐을 암시하였다.



강아지 왈츠 테마









#2. 강아지가 주인을 기다리는 장면 (00:03:11 - 00:03:48)



이 장면은 사고가 벌어진 후 강아지가 주인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장면이다. 낮이나 밤이나 주인만을 바라보는 강아지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하여 긴 호흡의 패드 사운드를 사용하였으며 기다림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위해 공간감 있는 피아노 음을 추가하였다.








#3. 주인이 깨어난 장면 (00:03:57 - 00:04:54)




  이 장면은 주인이 깨어난 장면으로 여러 감정을 표현해야하는 부분이다. 의도적으로 실제 할아버지가 일어난 것인지, 개의 망상인지 헷갈리게 만든 장면이라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 모호하였다. 강아지는 주인이 깨어나 기뻐하지만 장면 자체가 주는 분위기는 위화감이 든다. #1 에서 사용하였던 강아지 테마의 선율을 차용하여 사용하였으며 다채로운 색채의 오케스트라로 편곡하여 강아지가 기뻐하는 감정을 표현하였다. 강아지 테마 선율 위로 긴 음가의 목관 선율이 하행하고 피아노 음색을 물먹은 피아노 음색으로 변경하여 망상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애매모호함을 표현하였다. 코드적으로는 페달포인트(Pedal Point)에 어그먼티드 코드(Agmented Chord) 음색으로 리하모니하여 강아지가 기뻐하긴 하지만 기뻐해야하는 상황인지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이어 나타나는 장면들에서는 극적임을 표현하기 위하여 오케스트라 음색으로 고조되게 작업하였다.











#4. 강아지가 놀라는 장면 (00:05:09 - 00:05:28)

 이 장면은 캡쳐본이 없는데, 강아지가 주인의 죽음에 놀라는 장면이다. 기능적인 음악으로 작은 신스음부터 시작하여 볼륨을 높여가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신디사이저 음색으로 공포감을 표현하였다.










#5. End Credit (00:07:28 - 00:08:21)



  이 장면은 집에서 도망쳐 나온 강아지를 보여준다. 안락하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집에서의 삶이 나았을지, 자유로워졌지만 혼자 살아가야하는 거리에서의 삶이 좋을지는 모른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나는 크레딧에서 잠시 멈춰서서 꼬리도 흔들고 앞을 보고 곧게 걸어가기도 하는 강아지의 발걸음이 가볍다고 느꼈다.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 지는 모르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가벼운 발걸음을 표현해보고자 경쾌한 기타 음과 피아노를 사용하였고 기타 하모닉스와 첼로 피치카토를 사용하여 귀여운 애니메이션 느낌을 내보고자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엔딩느낌도 내며 강아지야 잘살아!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학부 전공을 했던 재즈피아노를 작곡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처음 작품을 받아보았을 때부터 얼른 얼른 작업하고 싶어서 모르는 내용이 있을때는 감독님께 폭탄메세지(장문메세지)를 보내며 독촉 아닌 독촉을 하기도 하였다. 앞서말한 비밀 답안지를 받아보는 기분도 재밌었고 감독님, 유모러스팀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즐거웠다. 처음 선들만 그어져있는 스케치 단계에서 채색이 되어가는 릴을 보면서도 시각 예술에 대한 경이로움도 느꼈다. 그림체가 너무 예뻐서 내가 이런 예쁜 작품에 함께 할 수 있다니 너무너무좋다! 라고 생각하며 너무 즐겁게 작업했던 작품이였다. 우리 산비팀에게 음악을 맡겨주신 유모러스 팀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이런 멋진 작품들을 더 많이 작업하고싶다.





 





(위 첨부 이미지들은 <멍(Woof)> 감독님의 허락을 받아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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