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과 영화 작업을 모두 하고 있지만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두 예술작품의 작업 방식은 매우 다르다. 애니메이션은 장면 속 대부분의 움직임을 음악으로 설명하는 역할이 주어지기에 (모든 경우에 그렇지는 않다. 장면이 의도하는 바에 맞게 연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 상대적으로 음악이 많이 깔리고, 그러다보니 음악의 장르나 악기의 다양성도 더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또한 장면변화에 따른 음악 연출이 다양하게 들어가는 작품 중 하나였는데,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작품 줄거리
로그라인: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우주여행을 꿈꾸는 괴짜 소녀 머피와 머피의 행성에 불시착한 사고뭉치 외계인 샐리의 이야기
'머피'라는 10대 소녀와 '샐리'라는 귀여운 외계인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답답한 우주선 밖으로 나가 놀던 샐리는 큰 폭발을 일으키며 한 행성으로 추락한다. 추락한 곳은 머피의 집 근처인데, 머피가 무엇을 만들고 있었다. 바로 우주선! 하지만 어딘가 어설픈 우주선의 모습이다. 아랑곳 않고 샐리와 함께 우주선에 들어가 조종하는 머피, 이내 우주선은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 우주선 내부에는 머피의 엄마 사진이 있다.
우주로 나와 샐리는 자신의 우주선을 찾아낸다. 머피와 샐리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머피의 우주선에 경보음이 울린다. 이내 연기를 내뿜는다. 친구들이 있는 자신의 우주선으로 향하던 샐리는 다시 도우러 왔다가 연기에 휘말린다. 샐리의 친구들과 초능력 방울들의 도움으로 머피의 우주선은 다시 작동한다. 우주선은 시공간을 달려 어느 행성으로 떨어진다.
의문의 행성으로 떨어진 머피의 우주선, 이전에 있던 행성과는 다르게 쓰레기도 쌓여있지 않고 따뜻한 기운이 맴돈다. 과거, 즉 엄마가 떠나기 전의 행성으로 돌아온 것이다. 머피는 집 안에서 엄마의 실루엣을 발견하고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장면별 음악 해설
#1. 우주
귀여운 외계인 친구들이 등장하며 평화롭게 시작. 넓은 공간인 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Keyscape의 'Ambient Space Piano'를 기본 악기로 사용하였고,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기 위해 금속 타악기 Glockenspiel에 차가운 색채와 공간감을 넣어 사용하였다. 따뜻함과 넓은 공간이 연상되는 Pad 사운드 또한 몇 가지 덧대어 사용하였다.
샐리가 실수로 폭발사고를 일으키고 머피의 행성으로 떨어지며 타이틀 컷이 나오게 되는데, 그 부분에 다음 신에서 나올 '머피 집 테마'의 변주된 버전을 미리 등장시켰다. 샐리를 표현하는 귀여운 신디사이저 소리를 사용하였다.
#2. 머피의 집, 행성 외부
샐리가 떨어진 행성에서 머피가 엉성하게 우주선을 뚝딱뚝딱 만들고 있는데, 어딘가 허술하고 따뜻한 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나무 타악기인 '마림바'와 '우드블락'을 사용하여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더블베이스' 피치카토, '쉐이커' 등의 악기로 통통 튀는 느낌을 더하였다. 아래 선율이 메인 멜로디이다.
머피집 테마
이후 추락한 샐리를 머피가 잡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약간의 무서움(?)을 연출하기 위해 앞서 우주에서 사용했던 '차가운' 느낌의 악기들과 바이올린 하모닉스 주법을 사용해 긴장감을 주었다.
#3. 머피의 집, 우주선 제작
그러나 다음 장면에서 바로 긴장할 이유가 없었다는 듯 편안한 공간인 머피의 집이 나오고, 장난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목관악기 '오보에'로 선율을 연주하였다. 앞서 머피 집 테마 또한 이 장면에서 다시 등장한다. 머피는 자신이 제작한 우주선 비행을 바로 시도해보는데, 어딘가 엉성한 이 행동들을 표현하기 위해 머피 집 테마를 연주하던 마림바 악기로 익살스러운 분위기까지 음악으로 연출했다.
#4. 우주비행
그러나 머피는 포기하지 않고 우주선 비행을 다시 한번 시도한다. 도전적인 시도와 마음가짐을 그려내기 위해 악기가 점점 쌓이고 리듬 악기도 추가하였다. 클라이막스로 향해가는 만큼 음역대도 높아지도록 스코어링 하였다.
#5. 우주
샐리의 도움으로 결국 우주로 가는 것에 성공한 머피. 우주에서의 넓은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와. 타악기 (클래식 풀 편성)를 모두 사용하였다. 그러나 '우주'라는 공간의 표현을 잃지 않기 위해 처음 장면에서 사용한 것과 같이 금속 악기들은 차가운 색채감을 넣어 표현하였다.
#6. 위기
위기의 장면에서는 바이올린 고음 시퀀스를 활용하였다. 편성, 음역 모두 넓히고 패드 사운드를 사용해 클라이막스를 표현 하였다.
#8. 친구들의 도움
친구들의 도움으로 우주선이 다시 원래의 궤도를 찾아간다. 처음 우주비행이 성공했을 때의 모티브가 재 등장하는데, 갈수록 크레센도되며 클라이막스로 향한다. 음악이 가장 큰 부분에서 cut 되며 해당 장면은 마무리된다.
#9. 머피 행성의 과거, 엄마
그토록 바라던 엄마가 있는 행성으로 오게 된 머피. 앞선 우주비행과 대조되며 평화로움을 그려내기 위해 공간계 이펙터가 많이 추가된 피아노와 현악기 대선율로 따뜻하게 마무리하였다.
마무리
'엄마'와 관련된 작품은 언제 접해도 마음에 울림이 있다. 엄마가 얼마나 다시 만나고 싶었으면 우주선을 만들어서 시공간을 여행할 생각을 했을까? 또 엄마가 떠난 이후의 행성이 '쓰레기 행성'이 된 것도 마음에 와닿았다. '우주', '우주선', '쓰레기행성', '외계인 친구들' 등의 존재들이 등장하지만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세상의 비유적인 표현들을 감독님이 의도하신 것은 아니었을까? (나만의 해석이다.)
머피가 과거의 행성으로 찾아가 엄마를 만나는 것에 성공해서 다행이다. 그 만남이 영원할 수 있기를. 혹은 짧은 만남으로 끝나거나 꿈이었다고 해도 크게 좌절하지 않기를.
너무나 따뜻하고 소중한 작품 저희에게 맡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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